[스포X] <룩백> 후기.

운동은내일부터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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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백>의 장점은 무엇인가.
타츠키의 작화, 연출, 아니면 수려한 OST?
나는 ‘창작으로 이어지는 두 인물의 관계’라 말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실사영화 <룩백>은 그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실사영화에서 만화적 연출을 그대로 재현하기란 꽤나 위험하다.
자칫하면 싸구려 CG로 범벅될 수도 있고, 장면 재현에 집착한 나머지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질감을 깨뜨릴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선택은 탁월했다.
감독은 만화적인 연출을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후지노와 쿄모토가 걸었던 길거리와 눈밭, 지하철과 신사를 렌즈에 담아냈다.
이러한 장소는 단지 영화를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배경이 아니다.
후지노와 쿄모토가 만화를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관계의 공간’이다.
영화는 만화적인 장면을 억지로 재현하기보다, 두 사람이 실제로 존재했던 공간을 오래 바라본다.
만화에서는 몇 개의 컷으로 지나갔을 풍경을, 실사영화에서는 카메라가 천천히 담아낸다.
앞서 <룩백>의 장점은 창작을 통해 이어지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공간으로 담아낸 고레에다의 연출은 꽤 영리하다.
그 결과 후지노와 쿄모토의 관계는 더 이상 ‘만화 속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마치 실제로 존재했던 두 사람의 기억처럼 다가온다.
결국 <룩백>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렸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그렸느냐에 있다.
그리고 고레에다는 그 관계를 만화적인 연출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지나온 풍경을 통해 보여준다.
원작의 그림을 실사로 옮기는 데 집중하기보다, 원작에서 그림이 담당했던 역할을 현실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배우의 움직임으로 바꾸어낸 셈이다.
여기서 이번 실사화를 두고 나오는 한 가지 비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 만화의 연출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는가.”
“왜 애니메이션의 명장면을 실사로 재현하지 않았는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원작의 인상적인 장면을 실사로 보고 싶었던 관객이라면 이번 영화가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에 따른 감동 역시 얻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질문 자체가 실사화라는 작업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사화가 원작의 장면을 얼마나 똑같이 복제했는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라면, 그것은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만화를, 애니메이션을 단순히 그대로 실사화한다면 그건 아마 고레에다 히로카즈보다, 미드저니 같은 AI가 더 잘할 것이다.
원작의 캐릭터를 실제 사람처럼 만들고, 유명한 장면을 실사풍으로 재현하고, 애니메이션의 구도를 현실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것은 이제 인간이 아닌 기술의 영역으로 향한다고 생각함다.
하지만 우리가 고레에다에게 기대할 건 그런 재현 능력이 아니다.
고레에다가 한 것은 원작의 연출을 ‘뺀’ 것이 아니라, 그 연출이 하던 일을 본인만의 영화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그림으로 이어졌던 두 사람의 관계를 실제 공간으로 옮기고, 몇 개의 컷으로 표현됐던 시간을 카메라에 포착하며, 만화 속 풍경을 두 사람이 함께 살아온 기억의 공간으로 바꾼다.
이것은 원작을 덜어낸 것이 아니라, 매체가 바뀌면서 필요한 방식으로 재번역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실사영화를 원작의 장면을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했는가만으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고레에다가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이다.
그리고 그 답은 영화 안에 있다. 그는 원작을 흉내 내는 대신 자신의 방식으로 <룩백>을 만들었다.
결국 이번 영화는 원작과 다른, 고레에다 히로카즈만의 <룩백>이었다.
나는 바로 그 점에서, 이번 영화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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