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리아 제국의 통치자들은 지방의 유력한 일족들의 권력을 꺾고 왕에게 권력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환관을 궁정 고위 관리와 고위 행정관으로 중용하였어
아시리아 왕실이 환관을 특별히 우대한 것은
환관에게 방대한 땅과 면세 특권을 증여하는 칙령이 많이 발견된 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아래는 아슈르바니팔이 그의 환관에게 베푼 호의에 관한 내용이야
(아무개, 관리직), 친절과 호의를 받을 만한 자, 왕위를 계승한 이후 왕권 행사를 위하여 그 주인에게 헌신한 자, 내 앞에서 충실하며 평안하게 지내온 자, 내 궁전에서 좋은 평판을 받으며 성장하고 내 왕권을 수호한 자, 내 진심어린 바람과 자발적인 판단을 토대로 나는 그에게 좋은 일을 하기로 계획하고 선물을 주겠다.
그리고 증여한 땅(과 노동자)에 대한 면세를 규정한 후 왕은 계속하여 환관을 위한 조치들을 언급하지
앞으로 내 자식들, 왕들 중에서 아슈르신이 (왕으로) 임명하는 군주 중 누구든 그들(환관)과 그 후계자(양자)에게 선행과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 그들은 그 주인인 왕의 벗이며 총애를 받는 자다. 또한 그들 중 한 명이 주인인 왕에게 죄를 저지르거나 신에게 그 손을 든다면 적대적인 통보자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조사해서 그 호소가 진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칙령 문서에 찍힌 왕의) 인장을 무시하고 행동하지 말며 그 자에게는 그의 죄에 걸맞은 벌을 내려야 한다.
(아무개, 관리직이) 좋은 평판을 얻어 내 궁전에서 목숨을 다한다면 그가 적은 장소에 묻어 주고 그는 바라던 곳에 누워야 한다. 그가 누운 장소를 어지럽혀서는 안 되며 악의를 품고 그에게 손을 들면 안 된다. 그는 주인인 왕의 친절과 총애를 받을 만한 자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그곳을 어지럽히고 묻힌 장소에서 없애버리는 자에게는 그의 주인인 왕이 그를 위하여 분노해 인정사정없이 대하도록 할 것이다. 그 자가 신전이나 왕궁에 드나드는 것을 금지하고 신과 왕의 분노로 피의 칼이 그가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그의 시신은 매장하지 않고 개들이 갈기갈기 찢게 할 것이다...
아슈르바니팔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아슈르 에텔 이라니는
왕궁 환관들의 대표인 환관장 신 슈무 리시르가 그의 후견인이 되었는데
이 상황은 왕 아슈르 에텔 이라니가 신 슈무 리시르의 근위대장 두 명에게 하사한 경작지, 과수원, 건물, 노동자에 대하여 면세 특권을 규정한 칙령을 기록한 니네베 출토 점토 문서판을 통해 확인 돼
그 문서판에서는 면세 특권을 부여한 배경으로 왕의 교육과 즉위에 애쓴 신 슈무 리시르와 그 군대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기에
그 내용을 아래에서 조금 살펴볼 것이야
나를 낳아주신 부왕(아슈르바니팔)이 서거한 후 나를 키우며 날개 펴는 방법을 알려주는 아버지와 나를 보살피며 교육하는 친어머니도 없었다. 신 슈무 리시르, 내 친아버지에게 좋은 존재였던 그는 늘 아버지처럼 나를 이끌며 무사히 내 아버지의 옥좌에 앉혔고 아시리아의 백성, 모든 사람(이 나를) 섬기게 했으며 내가 어릴 때 내 왕권을 수호해서 (내 왕권)을 존대한 자, 훗날 반란을 일으키는 나부 리흐투 우수르...
뒤에 이어지는 문서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반란자에 맞서 환관장 신 슈무 리시르와 그 군대의 도움을 얻어 왕이 내란을 진압했고
이에 고마워하며 하사한 것들에 대한 면세 특권을 내릴 것을 선언하는 내용이야...
어쨌거나 이 문서를 통해 우리는 어린 나이에 즉위한 아슈르 에텔 이라니가 즉위한 지 얼마 안 되어 내란을 경험하고 환관장 신 슈무 리시르의 도움을 얻어 이를 진압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아슈르 에텔 이라니는 신 슈무 리시르의 꼭두각시에 불과했을 가능성이 꽤 높지...
이렇게 환관장에게 의지하던 왕은 불과 4년 밖에 왕위를 지키지 못하였고
왕위를 놓고 여러 세력이 치열하게 싸우는 가운데
환관장 신 슈무 리시르는 놀랍게도 스스로 왕이 되는 것을 택했는데
유구한 아시리아의 역사상 환관이 왕으로 등극한 것은 그 유례가 없던 일이었어 ㄷㄷㄷ
물론 신 슈무 리시르는 그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하고
3개월 만에 아슈르바니팔의 다른 아들 신 샤르 이슈쿤에 의해 제거되지만
환관의 즉위라는 비정상적인 상황 자체가 아시리아 말기의 혼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로써
아시리아의 왕들에게 오랜 세월 환관은 통치를 위한 매우 유용한 도구였으나
결국 그 권력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환관이 왕이 되는 상황까지 이어졌던 것...
* 물론 아시리아 제국의 붕괴를 신 슈무 리시르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당연히 없는데... 아시리아는 영토가 극도로 팽창하면서 거대한 국경을 방어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더불어 병력의 분산을 겪어야 했고, 매우 잔인했던 정복과 억압적 착취로 불만에 차 있던 피지배 민족들이 아시리아 권력층들이 피의 투쟁을 벌이는 틈에 일제히 봉기하였던 것이 멸망에 진정한 이유가 될 것이지만 말이야...
* 또한 굳이 따지자면 신 샤르 이슈쿤이 승리자가 되면서 자기를 진압하기 위해 있었던 아시리아의 군대를 바빌로니아에서 빼서 수도 니네베로 옮겼던 것이 아시리아의 국가적 입장에서는 매우 뼈아픈 실책이 되었는데, 그 조치로 인하여 칼데아인들은 남부 메소포타미아에서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지...
아시리아의 환관 이야기 흥미로웠기를 바라
* 글을 마칩니다.
*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