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SNS에서 해리 포터의 드레이코 말포이를 여성 캐릭터로 바꾼 ‘TS 말포이’ 2차 창작이 퍼지면서, 이를 뒤늦게 본 일본 이용자들이 “왜 이런 발상을 못 했나”는 식의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작의 오만하고 적대적인 귀족 소년이 여성화되자, 캐릭터의 대립 구도가 전혀 다른 장르 문법으로 읽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성화된 말포이는 순수혈통 가문 출신이라는 배경과 자존심 강한 태도를 유지한 채, 주인공에게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는 ‘귀족 영애’로 재구성된다. 해리에게 날을 세우고 경쟁하던 장면도 호감과 반발이 섞인 츤데레식 관계로 바뀌며, 원작의 악역 라이벌 이미지는 로맨스물의 히로인 구도에 가까워진다.
일본 서브컬처에는 오랜 기간 금발 귀족 영애, 라이벌 여성 캐릭터, 강한 척하지만 속내를 드러내는 츤데레 같은 익숙한 유형이 축적돼 있다. 그래서 말포이의 말투와 가문, 경쟁심을 여성 캐릭터의 속성으로 옮기면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맞는다는 점이 오히려 반응의 핵심이 됐다. 이미 잘 아는 캐릭터 유형인데 원작에서는 남성이었다는 사실이 뒤늦은 아쉬움처럼 소비된 것이다.
‘좌절했다’는 표현은 실제로 원작 설정이 바뀌었다는 뜻이 아니라, 팬 창작이 만들어 낸 재해석의 완성도에 대한 농담에 가깝다. 말포이가 가진 오만함, 혈통 의식, 해리와의 날 선 경쟁이 여성화 설정 안에서는 악역 영애와 츤데레 히로인의 매력으로 동시에 작동하면서, 일본 이용자들에게는 “생각해 낼 법했는데 놓쳤다”는 반응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