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10년 동안 16개의 주요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지난여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이제 그가 맨시티에서 쌓아 올린 화려한 업적에는 거대한 물음표가 붙게 됐다.
과르디올라 체제의 맨시티는 분명 잉글랜드 축구사를 새로 썼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FA컵을 동시에 제패하며 트레블을 달성했고,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초로 리그 4연패에 성공했다. 국내 대회 트레블을 달성한 최초의 팀이었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 승점 100점을 기록하고 우승한 유일한 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 모든 성공은 ‘거짓된 토대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프리미어리그는 독립위원회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맨시티의 100건이 넘는 규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린 뒤, 구단이 “거의 10년에 걸쳐 체계적으로 규정을 위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 표현을 빌리자면, 맨시티의 성공은 하나의 거대한 ‘사기극(sham)’이었다는 것이다.
맨체스터 도시(Man City)? ‘사기꾼 도시(Sham City)라고 하는게 더 낫겠네!
맨시티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의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ADUG)과 구단 경영진이 벌인 일은 146년 역사의 클럽 명성 자체에 큰 상처를 남겼다.
맨시티는 이번 판결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여전히 자신들은 결백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역시 이번 사태가 남긴 후폭풍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재정적 기만의 상당 부분이 그가 최고의 환경에서 팀을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사용되었으니까.
아부다비 자본은 과르디올라에게 어울리는 구단과 선수단을 만들어줬다. 문제는 그 기반 자체가 부당한 방식으로 형성됐다는 점이다.
과르디올라가 맨시티에서 누렸던 여러 경쟁 우위가 이제는 공정하지 않은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주장 로이 킨 역시 이번 주 이 문제를 두고 “맨시티가 경기장에서 우승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배경에서는 부정행위가 벌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재정 관리 부실이든, 속임수든, 기만이든 어떤 표현을 쓰더라도 과르디올라의 맨시티 제국은 그가 부임하기 전부터 이어져온 규정 위반과 떼어놓기 어렵다.
그가 감독으로 있던 시기에도 관련 행위가 계속됐다는 점에서, 맨시티에서 세운 수많은 기록과 우승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과르디올라 개인의 지도력까지 전부 부정할 수는 없다.
과르디올라는 2016년 여름 맨시티에 부임하기 전부터 이미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었다.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6차례 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바르셀로나에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두 차례 차지했다.
특히 바르셀로나 시절에는 역대 최고의 클럽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팀을 만들어냈다.과르디올라의 전술적 영향력은 현대 축구 전반에 깊게 남아 있다. 빌드업 방식과 포지셔널 플레이, 압박 구조 등 그가 발전시킨 축구 철학은 이제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시티가 그를 원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셰이크 만수르와 칼둔 알 무바라크 회장을 중심으로 한 아부다비 수뇌부는 과르디올라를 데려오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칼둔 알 무바라크는 맨시티 회장일 뿐만 아니라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의 CEO이자 아부다비 정부 내 여러 고위직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과르디올라는 맨시티에서도 자신의 전술적 명성을 더욱 높였다.
그가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렸다는 사실, 그리고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전술가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될 감독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지금 문제는 그가 들어 올린 수많은 트로피다.
과르디올라의 전술적 능력은 분명 그의 것이었다. 하지만 맨시티가 구축한 압도적인 선수단은 구단이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이번 독립위원회 판단을 바탕으로 한 비판이다.
그리고 맨시티는 한 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규정을 어겼다.
과르디올라의 맨시티 시대도 사실 2016년 7월 그의 부임과 함께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부임은 아부다비가 오랜 기간 준비해온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에 가까웠다. 그 시작점 중 하나는 2012년이었다.
맨시티는 그해 8월 페란 소리아노를 CEO로 선임했고, 두 달 뒤에는 치키 베기리스타인을 풋볼 디렉터로 데려왔다.
두 사람 모두 바르셀로나에서 과르디올라와 함께 일했던 인물이다.
소리아노는 바르셀로나 부회장을 지냈고, 베기리스타인은 바르셀로나의 풋볼 디렉터였다.
결국 맨시티는 바르셀로나 시절 과르디올라와 함께했던 핵심 인사들을 먼저 끌어모은 뒤, 4년 후 과르디올라까지 데려오며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었다.
독립위원회가 프리미어리그의 이른바 ‘115개 혐의’를 심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심각하게 판단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맨시티 구단주 측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스폰서 수익을 무려 8억3000만 파운드, 약 10억8000만 달러 규모로 인위적으로 부풀렸다는 내용이다.
시즌별 수치를 들여다보면 이른바 ‘재정 도핑’ 규모는 2012-13시즌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소리아노가 CEO로 부임한 첫 시즌, 맨시티 구단주 측은 프리미어리그 재정 규정을 위반하면서 상업 수익에 1억575만 파운드를 추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3-14시즌에는 1억1150만 파운드가 더해졌고, 2014-15시즌에는 실제 상업 수입이 1600만 파운드였음에도 추가 금액은 1억720만 파운드에 달했다.
과르디올라가 부임하기 직전 시즌에는 이 수치가 1억2017만 파운드까지 올라갔다.
이러한 추가 재정은 맨시티가 과르디올라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맨시티는 과르디올라 부임 전 12개월 동안 케빈 더브라위너를 볼프스부르크에서 5500만 파운드에 영입했고, 라힘 스털링에게는 리버풀에 4900만 파운드를 지불했다.
과르디올라는 2015년 12월 바이에른 뮌헨에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ESPN 취재에 따르면 스털링이 맨시티로 이적할 당시 이미 ‘과르디올라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선수 측에 전달됐다고 한다.
스털링의 맨시티 이적은 과르디올라가 뮌헨을 떠나 맨체스터로 향하기 무려 1년 전의 일이었다.
한마디로 과르디올라는 2016년 맨시티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시작하자마자 최고 수준으로 자기에게 맞춤 준비된 선수단을 넘겨받았다.
포뮬러 원에 비유하면, 규정을 위반해 더 강력한 엔진과 더 좋은 타이어, 최고의 공기역학 기술을 적용한 머신을 만들어 놓고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를 영입한 뒤 계속 우승하라고 주문한 것과 비슷한 짓거리다.
그리고 과르디올라는 실제로 계속 이겼다. 아부다비 측의 규정 위반성 지급도 과르디올라 부임 이후 이어졌다.
‘Tagged Sums’로 불린 금액은 과르디올라의 첫 시즌에 1억2959만 파운드, 2017-18시즌에는 1억3473만 파운드까지 증가했다.
세계 최고의 감독에게 이처럼 막대한 추가 자금을 제공해 선수단을 강화할 수 있게 했다면, 맨시티가 압도적인 성과를 거둔 것도 놀라울 것도 없지 않은가?
과르디올라는 이후 맨시티의 규정 위반 문제에 대해 “2009년부터 2018년 사이 당시 스태프도, 백룸 스태프도, 무엇보다 선수들과 감독도 이곳에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과르디올라와 그의 코칭스태프는 2016년부터 맨시티에 있었고, 2017년과 2018년에도 팀을 지휘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맨시티를 떠난 55세의 과르디올라는 과거 구단의 혐의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당시에도 구단 수뇌부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나는 그들을 믿는다. 직접 이야기를 나눴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해왔고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왔는지 믿는다”고 말했다.
2008년 아부다비 자본의 인수 이전 맨시티는 잉글랜드에서 에스파뇰이나 1860 뮌헨과 비슷한 위치의 클럽이었다.
역사는 길었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있었고, 지역과 전국 무대 모두에서 훨씬 큰 라이벌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과르디올라가 맨시티가 갑작스럽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클럽 가운데 하나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또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는지는 그 자신만이 알 수 있다.
맨시티는 어느 순간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클럽이 됐다.
엘링 홀란, 케빈 더브라위너, 세르히오 아궤로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을 영입할 수 있었고, 감독으로는 과르디올라까지 데려왔다.
세계적인 팬층도 없고, 오랜 우승 전통도 부족했던 중견 클럽이 순전히 노력만으로 이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이뤄냈다면 그것은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공 스토리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독립위원회의 이번 판단은 그 서사를 정반대로 뒤집었다. 화려한 동화처럼 보였던 맨시티의 성공은 이제 뒤틀린 결말을 맞았다.
그리고 그 시대의 중심에 있었던 과르디올라와 그의 팀 역시 그 이야기와 완전히 분리해서 바라보기는 어려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