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고 부른 대상은 금융사기나 정치적 음모가 아니라 농업혁명이다. 곡물을 심고 정착한 일이 인류 전체의 수와 문명을 키웠지만, 개별 인간의 하루가 더 편안하고 풍요로워졌다는 통념에는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수렵채집인은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해야 했지만, 대체로 다양한 식품을 먹고 특정 작물에 생존을 걸지는 않았다. 반면 농경사회는 밀·쌀 같은 주식에 의존하면서 경작, 수확, 저장을 반복해야 했고, 계절과 흉작의 위험에도 더 크게 묶였다.
하라리가 짚은 승부처는 ‘더 많은 식량’이 곧 ‘더 나은 삶’이라는 계산이 어긋났다는 데 있다. 농업은 더 많은 아이를 먹여 살릴 수 있어 인구를 급격히 늘렸지만, 늘어난 인구만큼 각 개인의 노동 부담도 커졌고 영양 불균형과 전염병 확산의 조건도 만들어졌다.
정착 생활은 재산의 축적과 상속을 가능하게 했고, 잉여 식량을 관리하는 집단과 노동하는 집단의 격차도 키웠다. 국가, 도시, 문자, 군대처럼 거대한 문명을 움직인 기반은 농업이었지만, 하라리는 그 성과가 농부 개인에게 공평하게 돌아갔는지를 따져 묻는다.
다만 농업혁명을 단순한 실패로만 볼 수는 없다. 안정적인 식량 생산과 인구 증가는 과학·기술·예술이 축적될 사회를 만들었고, 오늘날 대다수 인류의 삶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의 표현은 농경이 문명을 낳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보다, 문명의 성장과 개인의 행복을 같은 점수로 처리해도 되는지 묻는 도발에 가깝다.
하라리는 농업혁명이 인구와 국가, 문명을 성장시킨 반면 농민 개인에게는 더 긴 노동, 불균형한 식사, 질병과 계층 격차를 안겼다고 봤다. ‘가장 큰 사기’라는 말은 농경의 성과보다 그 대가를 보지 못한 통념을 겨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