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무명옷 차림의 조선 사람들을 그린 기록과 사진을 보면, ‘백의민족’이라는 말이 단순한 별명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한국인이 흰옷을 즐겨 입은 이유를 “염료가 없어서”라고만 설명하는 것은 사실을 지나치게 좁힌 해석이다.

고대부터 한반도 사람들은 흰색 옷을 선호한다는 기록을 남겼고,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그 관습은 오래 이어졌다. 색을 들이는 기술과 재료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붉은색·푸른색·검은색·노란색 등은 이미 쓰였고 신분과 예법에 따라 다양한 옷감과 색이 사용됐다.
그럼에도 평상복에서 흰옷이 널리 퍼진 데에는 생활 조건이 있었다. 천연 염색은 재료와 손이 많이 들었고, 특히 서민에게는 염색한 옷보다 표백하고 빨아 입을 수 있는 흰 삼베·무명옷이 경제적이고 실용적이었다. 흰옷이 늘 새하얀 색이었다기보다, 자연스러운 베이지색에 가까운 옷을 삶고 햇볕에 말려 밝게 관리한 경우도 많았다.
유교 사회의 검소함과 예법도 영향을 줬다. 흰색은 상복의 색이기도 했지만, 일상에서 깨끗함·소박함을 드러내는 색으로 받아들여졌고 오래된 착용 관습 자체가 사회적 취향이 됐다. 반대로 관리와 상류층은 의례나 관복에서 정해진 색을 갖춰 입었으며, 색깔 옷은 결코 낯선 물건이 아니었다.
그래서 백의민족은 ‘염료가 전혀 없는 사회’였다는 뜻보다, 여러 색을 쓸 수 있었음에도 다수의 사람이 흰옷을 일상적으로 선택해 온 모습을 가리키는 표현에 가깝다. 경제성, 세탁과 표백의 편의, 검소함을 중시한 문화와 오랜 관습이 함께 만든 풍경이었다.
흰옷 관습은 염료 부족 하나로 생긴 것이 아니라, 염색 비용과 생활상의 편의, 검소함을 중시한 문화가 겹쳐 이어진 결과다. 당시에도 색옷과 염색 기술은 존재했고, 흰옷은 특히 서민의 일상복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