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이 정점으로 향하던 시기, 미국주식 시장에서는 인터넷 기업의 주가가 실적보다 ‘성장 가능성’으로 평가받는 장면이 이어졌다. 당시 월가의 주된 메시지는 미국주식을 섣불리 팔지 말라는 쪽에 가까웠다. 기술혁신이 기업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고, 고평가처럼 보이는 주가도 미래 이익을 선반영한 결과라는 논리가 뒷받침됐다. 투자자들은 비싼 가격을 걱정하면서도 상승장에서 이탈할 경우 더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압박을 받았다.

낙관론에는 실제 변화도 있었다. 인터넷 보급과 통신·컴퓨터 기술의 확산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빠르게 만들었고, 미국 경제의 생산성 개선 기대도 커졌다. 금리와 경기 여건이 기술주 투자에 우호적으로 비치던 환경 역시 위험 선호를 키웠다. 적자를 내거나 뚜렷한 매출 기반이 없는 기업까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장에서는 ‘먼저 규모를 확보한 기업이 결국 승자가 된다’는 설명이 널리 통했다.

월가가 일제히 위험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지나친 밸류에이션과 일부 기업의 취약한 수익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강한 상승 흐름 속에서는 조심스러운 의견이 상대적으로 묻히기 쉬웠다. 증권사의 낙관적 전망에는 새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고객의 주식 매수 수요와 기업공개·자금조달이 활발했던 시장 분위기도 맞물렸다. ‘팔지 말라’는 말은 가격 하락 가능성이 없다는 보증이라기보다, 단기 조정보다 장기 기술혁신의 가치를 더 크게 본 판단이었다.

이 장면이 지금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급등한 미국 기술주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당시와 비슷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다만 닷컴버블 직전의 경험이 오늘의 시장 하락을 곧바로 뜻하지는 않는다. 당시의 핵심 교훈은 혁신 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과 개별 기업의 현재 수익성·주가 수준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데 있다. 상승장이 이어질수록 시장의 낙관론이 어떤 가정 위에 서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 중요해진다.
닷컴버블 직전 월가의 ‘매도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인터넷 산업이 경제를 바꿀 것이라는 강한 성장 기대와 상승장 분위기에서 나왔다. 그러나 기술혁신의 방향이 맞더라도 모든 기업의 높은 주가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후 시장이 남긴 맥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