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통장 잔액이 70조원에 육박한 장면에서 핵심은 새 계좌가 대거 생긴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금융권 집계상 계좌 수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됐는데, 이미 한도를 열어둔 이용자들이 더 많이, 더 오래 돈을 꺼내 쓰면서 실제 대출잔액만 불어난 흐름이다. ‘비상금 통장’처럼 남겨뒀던 마통이 생활비와 카드 결제, 기존 대출 상환 공백을 메우는 자금으로 더 자주 쓰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마이너스통장은 약정 한도 안에서 필요한 만큼 빌리고 갚을 수 있어 처음에는 잔액이 크지 않아도 상황이 달라지면 부채가 빠르게 쌓일 수 있다. 계좌 수가 그대로라는 것은 신규 차주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기보다, 기존 이용자들의 평균 사용액이 커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도를 만들어만 둔 계좌가 실제 사용 계좌로 바뀌거나, 일부만 쓰던 이용자가 한도에 가까운 금액까지 인출하는 변화가 잔액 증가로 잡힌 셈이다.

이 현상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고금리와 가계의 자금 여유 축소가 있다. 마통은 담보대출보다 접근이 빠르고, 정해진 날짜에 한 번에 돈을 받는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수시로 쓸 수 있다. 그만큼 급한 지출을 넘기는 데 편하지만, 사용 기간 동안 이자가 계속 붙고 원금을 줄이지 못하면 잔액이 고착될 수 있다. 계좌는 예전 그대로인데 빚만 커졌다는 표현은 바로 이 지점을 가리킨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흐름을 볼 때도 단순한 대출계좌 개수보다 실제 잔액과 차주의 상환 여력을 함께 들여다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통 잔액 70조원 육박은 개인별 사정은 다르지만, 이미 신용공여를 받은 사람들의 자금 압박이 잔액 증가로 나타난 신호로 읽힌다. 특히 마통은 한도 전체가 아니라 사용한 금액에만 이자가 붙는 구조여서, 잔액이 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용 강도 상승을 보여준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70조원에 가까워진 것은 계좌 수 증가보다 기존 이용자들의 사용액 확대가 두드러진 결과다. 수시 인출이 가능한 마통이 생활자금 공백을 메우는 통로가 되면서, 한도는 그대로여도 실제 부채가 커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