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반납을 망설이는 고령운전자들의 사정은 사고 위험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령운전자들이 면허를 반납하지 못하는 이유는 운전이 일자리와 가족 돌봄, 병원 방문, 장보기 같은 일상을 이어 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교통이 드문 농촌과 교통 취약지역에서는 면허를 내놓는 순간 외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

생계형 운전은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운전이 필요한 일을 계속하거나 농사일과 물건 운반을 해야 하는 경우, 면허 반납은 곧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가까운 곳에 버스가 다니더라도 배차 간격이 길고 운행 시간이 제한되면 갑작스러운 진료나 생활용품 구매에 대응하기 어렵다. 택시를 이용하기에는 반복되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면허 반납 때 제공되는 교통비나 지역화폐 등의 혜택도 이동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회성 지원은 있어도 정기적인 병원 진료와 장보기, 경조사 방문처럼 이어지는 이동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면허를 반납한 뒤 이용할 교통수단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도가 고령층에게 선택이 아니라 생활의 단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일률적인 반납 요구에만 머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 능력과 건강 상태, 거주 지역의 교통 여건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야간·장거리 운전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 정기적인 운전 능력 점검과 안전교육, 교통 취약지역의 맞춤형 이동 지원을 함께 마련해야 사고 예방과 이동권 보장이 충돌하지 않을 수 있다.
고령운전자의 면허 반납 문제는 개인의 운전 지속 의지보다 생계와 의료·생활 이동을 어떻게 보장할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반납 혜택만 늘리기보다 지역 교통망과 조건부 운전 제도를 함께 보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