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장품 매장에 왜 시집이 깔려있냐 힙한 척 오지네

아무말대잔치 202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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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장품 매장이나 팝업스토어 가보면 화장품 공병 대신 책이 놓여있는 게 자주 보이더라.
솔직히 요즘 책 읽는 사람 진짜 없다고 뉴스 맨날 나오는데 마케팅은 정반대로 가는 게 좀
신기함.

독서율은 역대급으로 낮은 30%대라는데 책이 가진 그 지적인 이미지나 여유로운 갬성만
소비되는 느낌임. 책이 이제 읽는 물건이라기보다 내 취향이나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물이 된
것 같음.

한남동 이솝 매장 가보니까 시집 진열해놓고 북 익스체인지라는 걸 하고 있더라고. 자기가
원래 보던 시집 가져오면 이솝에서 큐레이션한 시집으로 바꿔주는 식인데 이소희 시인의
오오라는 시집을 주고 있었음.

향수나 에센스 사러 갔다가 시집 들고 나오는 게 뭔가 좀 묘하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는 확
고급스럽게 느껴짐. 이런 게 유통업계에서 유행이라는데 민음사 영업이익이 72%나 급증했다는
거 보면 장사가 되긴 하나 봄.

이런 분위기가 비단 화장품만의 일은 아닌 게 29CM 보니까 진맥소주랑 민음사가 콜라보해서
소주병 라벨에 고전문학 문장을 넣어서 팔기도 하더라. 술 마시면서 문학 감성 챙긴다는 게
좀 웃기긴 한데 또 보면 예뻐서 지갑 열게 됨.

일룸 같은 가구 브랜드도 인스타그램 보니까 팝업에서 소파나 침대에 누워 시를 읽는 컨셉으로
마케팅을 하더라고. 확실히 디지털 피로감이 심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이런 아날로그적인
안정감에 끌리는 듯함.

솔직히 나도 평소에 책은 잘 안 읽지만 이런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은 거 같음. 지식
습득보다는 그냥 내가 이런 취향을 가졌다는 걸 보여주는 소품으로 책이 쓰이는 게 좀
씁쓸하기도 한데 그래도 예쁘니까 다들 좋아하는 거겠지.

화장품 브랜드들이 단순하게 기능성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지적 허영심이나 취향을
건드리는 게 진짜 똑똑한 전략 같음. 매장에 시집 놓여있는 그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확실히 돈을 쓰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함.

앞으로 또 어떤 브랜드가 책 들고 나와서 힙한 척할지 궁금해지네. 책 안 읽는 시대에
책으로 마케팅하는 이 역설적인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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