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왜 비공개 재판일까

기사입력 2020.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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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왼쪽에서 세번째) 씨와 그의 동생 유가려(왼쪽에서 두번째) 씨가 이른바 '국정원 가혹행위 의혹'의 3차 공판을 앞두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송주원 기자

피해자 유우성 씨 남매 증인석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비공개로 진행돼 왔던 이른바 '국정원 가혹행위 의혹' 사건이 피해자 측의 강력한 건의로 공개 재판으로 전환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의 오빠 유우성 씨는 "동생이 시간도 알 수 없는 방에서 페트병 등으로 폭행 당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23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국정원 직원 유모 씨와 박모 씨의 3차 공판을 열었다.


유 씨 등은 2012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를 폭행·협박해 "오빠 유우성이 북한에 몰래 들어가 임무를 받았다"는 취지의 허위 진술을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가려 씨는 이듬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오빠 유 씨의 1심 재판 도중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오빠 유 씨는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가려 씨는 남녀 수사관 2명이 가혹 행위를 했다며 남성 수사관 유 씨를 '대머리 수사관'으로, 여성 수사관 박 씨를 '아줌마 수사관'이라고 신원을 특정했다. 오빠 유 씨는 지난해 2월 이들을 고소했고 검찰은 지난 3월에 이 두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후 5월과 6월 2차례에 걸쳐 재판이 열렸지만 피고인들이 현직 국정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상태로 진행됐다.


이날 3차 공판에 앞서 가려 씨 측 변호인단은 "국정원 직원 신분을 악용해 고문 범죄를 행한 피고인들이, 재판에 와선 이 신분을 이용해 이익을 보고 있다"며 "수많은 고문 행위를 직접 실행한 피고인들의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건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보도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 2차 재판은 지났지만 지금부터라도 형사소송법과 헌법에 의거해 (피고인 측의) 비공개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강하게 건의했다.


한국 사법부는 시민들에게 재판 방청을 허용하는 공개재판주의를 취하고 있다. 법원 절차를 국민 감시 아래에 둬 공정한 재판 진행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다만 피해자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성범죄 사건 등 일부 재판은 방청이 제한된다. 이 사건의 경우피고인들의 신분이나 국정원 조직·체계 등이 밝혀지면 국가안보를 헤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피해자 측 변호인단은 가혹 행위와 간첩 조작이라는 비인륜적 사건인 만큼 진상 규명을 위해 가려 씨 남매의 증인신문이라도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 직원들의 가혹 행위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국정원 조직이 노출될 우려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이 사건 증거에는 국가안보와 밀접한 정보인 국정원 조직과 담당자 이름은 물론 보고체계까지 포함돼 있다"며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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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23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국정원 직원 유모 씨와 박모 씨의 3차 공판을 열었다. /남용희 기자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공개재판으로 진행하되, 국정원 조직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심리할 때만 방청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또 국정원 소속인 피고인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피고인석과 방청석 사이에 차폐막을 설치하기로 했다.


정식 재판 4개월 만에 진행된 공개 재판에서 가려 씨의 오빠 유 씨는 "저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동생을 봤는데 깜짝 놀랐다. 검사의 질문에 '네네'라고만 하며 연신 옆을 바라봤다"고 증언했다. 유 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가려 씨의 옆에는 국정원 직원들이 앉아 있었다.


유 씨는 "변호인 반대신문이 시작되자 그제서야 동생이 연신 눈물만 흘렸다"며 "1심이 끝난 뒤 동생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페트병으로 맞고, 발로 차이거나 벽에 머리를 박게 하는 등 폭행 당한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유 씨에 따르면 가려 씨는 국정원 소속 기관인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감금된 상태에서 이같은 폭행을 당했다. 가려 씨가 갇힌 방에는 달력과 시계가 없어 시간의 흐름도 가늠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 가려 씨의 증인신문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재판 공개 여부를 놓고 공방이 길어져 간단한 진정성립만 이뤄졌다.


일부 진행된 신문에서 가려 씨는 "지금도 트라우마를 앓고 있어 법원에 오면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가려 씨의 신뢰관계인인 변호인과 나란히 앉아 신문에 임하도록 배려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을 12월9일 오후 3시로 잡고 가려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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